교환학생 경험보고서 (2012년 2학기 파견) 스페인 Universidad de Santiago de Compostela - 1
1) ESP 합격 및 준비
나의 소속 학과인 서어서문학과에서는 과 특성상 대부분의 학생들이 언어 습득을 목적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나 역시 언어 공부를 목적으로 스페인어권 국가 체류를 결심했다. 이미 교환학생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스페인어권 체류 경험을 가진 선배들이 많아, 결심을 하고 난 뒤 선배들로부터 많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학교를 통할 수 있는 방법은 단과대 자체 프로그램인 방문학생(Salamanca 대학교)과 국제 교류처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인 ESP 두 가지였다. 두 프로그램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나는 ESP가 더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나중에 기록상으로 남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하여 ESP로 결정했다. 그리고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중남미 국가로 파견되는 것이 더 큰 장점을 지닌다 생각하여 멕시코 파견을 희망했다. 그러나 쉽게 합격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나는 2지망인 Santiago de Compostela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가야했다. Universidad de Santiago de Compostela 대학으로 나를 포함해 5명이 파견되었는데, 우리가 처음으로 파견된 학교라서 그곳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했다. 처음 당황했던 점은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홈페이지의 언어가 Castellano(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스페인어)가 아닌 Galicia 지역에서만 쓰이는 Gallego였던 것, 그리고 학교에 계신 원어민 선생님께서 비가 ‘무지막지하게’ 많이 온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해주셨던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 두 가지 특징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안고 교환학생 준비를 시작했다.
교환학생에 가는 경우 비자 신청, 항공권 예약 등 복잡한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이를 혼자서 해내는 동기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시험기간에 시간이 부족할 것과 처음 해보는 일이기에 서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유학원을 알아보기로 했다. 내가 Santiago de Compostela 조장을 맡아서 먼저 유학원을 알아본 결과 운 좋게도 프로모션으로 대행료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어학원을 찾을 수 있었고, 파견동기 모두 그곳에 비자 수속을 맡기기로 했다. 학교의 정규 학기시작은 9월이었지만, 우리는 선생님들과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정규학기 시작 날짜보다 더 일찍 스페인에 가길 원했고 대부분 비슷하게 7월 쯤 스페인에 도착하기로 했다. 하지만 스페인 대사관은 비자 수속에 있어 깐깐하기로 소문이 난 상태였고, 예상대로 유학원에 문의해보니 정규학기 시작보다 일찍 가서 스페인에 체류하려면 어학원을 다니는 등의 명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1달 정도 어학원에 다녀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마침 학교 측에서 개강 2주일 전 동안 무료로 학교 부설어학원 수업을 해주겠다고 메일이 왔고 그래서 그 전인 3주 동안만 어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갑자기 제도가 바뀌어 학교측에서 무료로 실시해준다는 부설어학원 수업은 갑작스러운 공지로 유료로 전환되었다.) 이렇게 나의 출국 날짜는 7월 23일로 정해졌고, 나는 교환학생 신청 시기에 1년으로 신청을 해서 장기 비자를 받았다. 비자를 받는 절차는 유학원에서 대부분의 필요한 일들을 해줬기 때문에 나는 유학원 연락을 받고 대사관에 3번정도 왔다갔다 했던 듯하다.
항공권 예약의 경우는 준비기간 동안 가장 난감했던 사항인데, 이 난감함에는 익히 유명한 스페인의 느린 일처리 속도가 한몫했다. 다른 학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비자를 받으려면 학교 측에서 어드미션을 보내줘야 하는데 어드미션이 굉장히 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선배들로부터 들은 말이 많았다. 항공권 예약을 할 때 미리 예약을 할수록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어드미션이 언제 올지가 정확하지 않고 특히 스페인 학교들은 일처리가 느려서 늦게 오는 편이라는 선배들의 조언은 정말 사실이었다. 나의 경우는 어드미션이 정확히 4월 27일에 도착했는데 어드미션을 받고 난 뒤에도 비자신청을 한 뒤 대사관에서 비자를 주는 시간도 좀 걸릴 것이라고 해서 20일 뒤 쯤에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었다. 같은 시기에 멕시코로 파견된 선배들이 비자 수속을 거의 1주일만에 끝낸 것을 생각하면 그동안 왜 선배들이 그렇게 당부했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항공권예약은 키세스 여행사를 통해서 했는데, 이 여행사를 통해 예약함으로써 학생할인과 수화물 규정도 우대받을 수 있었다. 항공권 예약을 하면서 국제학생증을 통해 항공료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아마 유럽여행을 하면서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서 국제학생증도 신청했다. (그런데 유럽 여행을 하면서 국제학생증을 사용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Santiago de Compostela 지역은 물가가 굉장히 싼데, 내가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경험하며 지출한 비용 중 체류하면서 지출했던 비용보다 오히려 준비하면서 지출했던 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 이에는 비싼 어학원비의 비중이 가장 크고, 좀 더 일찍 예약했더라면 절약할 수 있었지만 스페인의 느린 일처리 덕분에(?) 그러지 못한 항공비도 한몫 했다. 어학원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설명하겠다.
2) 스페인 도착
나는 비용절감을 위해 Santiago de Compostela(이하 Santiago)로 바로 가는 비행기가 아닌 Madrid 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Madrid에 도착한 뒤 Santiago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버스, 기차, 비행기가 있는데 그 중 기차가 비용이 저렴하고 편한 편이다. 하지만 나는 처음 가보는 곳이고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Ryanair를 타고 가게 되었다. Ryanair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이미 보험을 들어놓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비행기 보험 여부 창에서 굳이 따로 또 보험을 들 필요가 없다는 점 그리고 수화물 무게에 따라 수화물 추가를 해야 하는 점 정도이다. 교환학생에 가기 전, 심지어 스페인 원어민 선생님도 마드리드 공항에서 소매치기를 당했었고, 여행자를 겨냥한 집시들의 소매치기가 악명 높다고 해서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비행기 안에서 옆에 앉아있던 여자가 Española(스페인 여자)였고 미리 공부해 간 스페인어로 대화를 하기도 했고 그 española의 도움을 받아 터미널 셔틀도 안전하게 탈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그 española가 너무 친철하고 천천히 나에게 말을 해줘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진작에 말을 걸어볼걸 했던 것이다. 처음 스페인 땅에 도착해서 대화를 한 española였기 때문에 너무너무 고마웠다.
마드리드에서 Ryanair를 타고 Santiago에 도착하고 난 뒤에도 역시 한 española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Santiago에 도착하면 어학원에서 연결해주는 홈스테이 집에 곧장 가기로 되어있었고, 원어민 선생님의 도움을 통해 Santiago 공항에 도착한 뒤 공항버스를 타고 어느 정류장에서 내려야할 지 까지 미리 알아놨었다. 하지만 역시 처음 가본 곳이어서인지 모든 것이 어리둥절했고, 마침 비행기 옆 좌석에 앉아있었던 española에게 말을 건네는 것을 시작으로 함께 셔틀을 탔다. Santiago 공항에 도착하면 3유로를 주고 공항버스를 탈 수 있는데, estación de autobuses(고속터미널) 정거장이 학교와 가장 가까운 정거장이고, Plaza roja가 동네 중심부와 가장 가까운 정거장이다. 나는 원어민 선생님의 조언을 까맣게 잊은 채 나에게 도움을 준 Nuria와 함께 고속터미널 정거장에서 내렸고, 거기에서 Nuria가 택시를 잡아줘서 택시를 타고 홈스테이 집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Santiago는 되게 작은 도시라서 길거리에 택시가 잘 다니지 않는데, 반면 고속터미널 앞에서는 택시들이 줄을 서서 항시 대기하고 있다. 택시 기본요금은 2.40 유로정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인천공항에서 산띠아고 홈스테이 집에 도착하기까지 거의 24시간 정도는 걸린 것 같고, 내가 홈스테이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11시 30분쯤이었다. 그때까지 홈스테이 가족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나중에 스페인식 생활을 알고 보니 나를 기다린 게 아니라 원래 늦게 잠드는 것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besito(스페인식 양 볼에 뽀뽀를 두 번 해주는 인사)를 해주며 환영해 주었다.
3) 어학원, 홈스테이 생활 (IRIA FLAVIA, Rua de Montero rio)
어학원에 대한 의견은 자신이 교환학생 생활을 어떤 스타일로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나의 경우 처음 정착해서 짜여진 틀에서 생활을 하고 원어민과 접촉할 방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학원 선생님을 알게 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예상과는 달리 Santiago가 작은 동네여서인지 어학원에 우리 또래의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직장인 외국인들이 많아 내 또래가 생각하는 방식이 아닌 좀 더 넓은 틀의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비용적인 면과 수업 효율성 등을 생각하면 어학원에 오래 다니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만약 현지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들과 함께 친해져서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인 것 같다. 어학원 비용은 3주 수업에 450유로, 그리고 홈스테이 비용까지 더하면 총 120만원 정도였는데, 홈스테이를 짧게 하고 싶었지만 어학원 측에서 최소 3주라는 조건을 걸어서 3주 동안 지냈다. 홈스테이의 경우 함께 등록한 동기들 각각 주인 가족의 스타일이 달랐지만 대체적으로 불만족한 상황이었다. 특히나 스페인의 문화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의 bruto(약간 거친(?))한 성격에 처음 직면하면 그 누구든 울고 싶어 질 것이고 그 생활을 최소 3주나 견뎌내야 한다. 나는 처음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서 그러려니 하고 지내려 했는데,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할머니의 잔소리가 너무 심해져서 결국에는 말대꾸로 응대해야 했다. 우리는 처음 파견된 학교라서 잘 몰랐지만, Universidad de Compostela에서는 Erasmus Santiago, USC internacional 등을 필두로 교환학생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페이스북 클럽도 개설되어 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먼저 세계 각지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들을 사귄다면, 비용 부담 없이도 학교수업에 가기 전 미리 스페인어를 연습할 수 있다.
그리고 교환학생에 가서 스페인어를 보다 완벽히 마스터하고 올 생각이라면 가기 전에 미리 공부를 많이 하고 가는 것이 좋다. 문법에 대한 지식 없이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저절로 언어가 늘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최고의 상황이겠지만 언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상황에 던져지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건 가기 전 교수님과 선배님들께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라서 나도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하고 갔다고 생각 했는데, 현지에 내던져지고 나니 좀 더 공부하고 올 걸 하는 아쉬움이 문득문득 들었던 것 같다. 약간 부끄럽기도 하지만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언어를 위한 공부를 한 적이 거의 없다. ‘미친듯이 노는 것’ 그 자체가 공부하는 것이라는 말을 믿고 놀다보니, 공부는 저절로 멀어졌고 대화의 수준은 높아 가는데 아는 단어는 너무 제한적이었다. 물론 현지인들 그리고 외국인 친구들과 스페인어로 대화를 하면서 일상 용어는 정말 저절로 외워지고 습득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수준을 원한다면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외워가야 한다. 사실 스페인에 현지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언어능력을 높이려 갔는데, 책을 붙들고 공부를 하는 것도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이 든다. 책과 연필을 들고 하는 공부는 한국에서 미리 하고, 가서 실컷 놀며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홈스테이에 대해 설명하면, 홈스테이를 하면서 스페인인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좋지만 그 가족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단 스페인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성격이 급하고 bruto(강하게)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어서 정말 가슴이 약한(?) 사람은 그들과 이야기하다가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수 있다. (물론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스페인에도 상냥하고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편 그들의 좋은 점은 우리나라 사람들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쏘아붙이듯 말할 때는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나의 고민을 털어 놓으면 진심으로 함께 고민하고 조언해 준다.
나의 홈스테이 가족은 부인 Maite, 남편 Roberto 그리고 할머니 Maria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중 Roberto가 가장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줬던 것 같다. Maite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스페인인의 전형으로 성격이 정말 급하고 감정의 기복이 굉장히 심했다. 처음 스페인에 도착해서 현지인들과 함께 지낸다는 사실에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기대했지만 그럴 기회는 점심먹는 시간뿐이었다. 홈스테이는 아침과 저녁만을 제공해주는 형태였는데, 홈스테이를 하면서 처음으로 스페인 식문화를 경험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아침으로 네스퀵을 탄 우유에 비스킷을 녹여 먹거나 씨리얼을 먹고, 나는 버터와 잼을 바른 토스트와 차를 먹곤 했다. 놀랐던 점은 차에 설탕을 넣어서 먹는 것과 비스킷을 아침으로 먹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후반부에 가서는 차를 먹을 때 그냥 먹었는데 처음 홈스테이를 할 때는 ‘스페인 식’으로 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차에 설탕을 3스푼 정도씩 넣어먹었던 것 같다. 스페인의 식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점심인데, 가장 거하게 맛있는 음식으로 먹는다. 나는 어학원이 끝나고 2시에 Maite가 차려주는 점심을 먹곤 했다. 점심을 먹을 땐 어학원 규정에 따라 Maite가 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기다려 줬다. 한국에서 보통 12시나 1시에 밥을 먹는 것과 달리 2시에 점심을 먹는 문화는 처음에 굉장히 신기했는데 차차 적응해 갔다.
처음 어학원을 다니는 3주 그리고 개강 전까지는 함께 간 동기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냈다. 그래서 저녁도 밖에서 동기들과 함께 먹곤 했고 동네 이리저리를 구경하러 다니기도 했다. Santiago는 되게 안전한 도시라서 저녁 늦게까지도 밖에서 많이 돌아다녔고, 우리가 도착했을 시기가 한창 정부가 지정한 세일 기간이라서 쇼핑을 많이 하러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가 집에 늦게 들어갈 때면 Maite와 할머니의 꾸중을 들어야 했고, 처음에는 특이한 스페인의 현관문 열쇠 때문에 문이 잘 열리지 않아 애먹을 때도 많았다. 내가 돈을 내고 거주하는 것인데 마음대로 밖에 늦게까지 있지 못하거나 생활하면서 잔소리를 들어야 할 때면 불만이 쌓여갔고 은근히 빨리 홈스테이 기간이 끝나기를 바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다사다난한 홈스테이를 끝내고 나는 내가 직접 Piso를 구해 살기로 했다.
이후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