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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 저출산, 2021년 출산율 0.8 ; 뭐가 문제일까?

Locos por Corea 2023. 2. 21. 22:41



포탈사이트에서 한국 출산율 이라고 검색을 했더니 바로 1 미만의, 0.8 이라는 숫자가 나와버렸습니다. 한 눈에 봐도 가팔라 보이는 내리막길의 곡선
우리 부모님 때만 해도 한 집에 형제가 5명인 것이 평범한 수준이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내 또래 아이들은 웬만하면 형제 자매와 함께 살고 있는데, 약 60년이 지난이 지난 요즘에 태어난 아이들은 외동이 매우 평범한 일이 되거나 혹은 어떤 부부들은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하기도 해요. (저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에요)
그러면 왜 젊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하게 되는 걸까요?


네이버 포탈 검색어 한국 출산율 0.808명


많은 사람들이 집값이 너무 비싸서, 요즘 젊은 사람들 엠제트세대는 이기적이라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집값 문제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바로 힘든 삶을 지향하는 문화입니다.
어렸을 때는 뭣도 모르고 친구들와 신나게 뛰어 놀았던 것 같아요. 그 때는 정말 순수해서 누가 나보다 더 잘나고 못나고 그런 건 별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생각없이 놀았어요.
그리고 중학교에 가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 때만 해도 공부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했어요.

그런데 인생의 쓴 맛은 고등학교부터 시작됩니다. 갑자기 세상이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하는 신분이라고 말하기 시작해요. 그 동안 나를 웃게 했던 대부분의 것들을 뒤로 하고 일단 공부에 전념을 하래요. 공부에 전념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대학교에 가서 신나게 놀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 말을 들으며 나 자신을 점점 더 공부의 수렁에 빠뜨리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주변에서 들리는 압박 같은 말들로 인해 긴장하지 않아도 될 시험을 긴장하고 보고,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공부를 하니 중학교 때와는 달리 공부한 대로 내 실력이 시험에서 발휘되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서울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친구들은 잠실에서 엄마차를 타고 대치동으로 학원을 다녔다고 하더라구요? 직장인이 되고 왜 그렇게 다들 잠실에 살고싶어 하는지 석촌호수 때문인 것인지 롯데월드몰 때문인 것인지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잠실은 대치동으로 차타고 20분만에 갈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대치 학원가를 직접 가 본적은 없지만 듣기만 해도 상상이 가는 것은 왜때문일까요.
서울 애들이 대치동으로 달리고 있을 때 저는 학교에 11시까지 남아서 야자를 했어요. 아침 8시에 학교에 도착해서 저녁 11시까지 학교에서 점심 저녁을 다 먹고 지냈던 그 시절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생활을 회사에서 장소만 옮겨서 그대로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 시간이 참 많이 없는 것 같아요. 10대때부터 심지어는 50대, 60대 까지…

고등학교 3년이 끝나고 수능 시간에 긴장을 해서인지 평소보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어요. 허탈했어요. 그래서 눈물도 잘 안 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은 그냥 대학에 가자 하고 점수맞춰 갔고, 약 5개월을 신나게 놀며 웃으며 보냈어요. 그런데 친한 선생님이 이러고 있으면 안된다고 한 번 더 도전해 보자고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그래서 한번 더 도전했습니다. 다시 또 학원이라는 곳에 들어가서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공부를 하며 늦은 공부를 시작했고 재수에 나름 성공해서 sky에 갑니다.

sky에 들어가니 어깨뽕이 올라갔어요. 학교 이름이 적힌 잠바도 입어보고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어요. 왜냐면 고등학교때 그게 최고의 길이라고 엄청 주입 받았거든요. 대학교 때도 나름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아요. 내가 배우고 싶은 언어 공부도 해 보고 연애도 하고 나름 재미있는 4년을 보낸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취업시즌이 오니 고통이 시작되더라구요. 나는 어깨뽕이 가득차 올랐던 sky인데 원서를 50개를 써도 나보고 면접보러 오라고 하는 곳은 몇 곳이 안돼요. 그 때 그런 생각을 해요, 아. 공대에 갔어야 하는 거구나, 이과를 선택했어야 하는 거구나! 교환학생에 가서 친한 친구가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며 저에게 했던 말이 기억나기 시작해요. “차라리 이 비행기가 그냥 떨어져 버리면 좋겠어, 교환학생 생활이 정말 행복했는데 이런 황금기가 다시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어찌하다 보니 약 50개가 넘는 원서 중에 최종으로 나를 무려 두 군데에서 합격시켜 줘서 나름 선택을 해서 입사를 합니다. 근데 또다른 헬게이트가 열려요. 여기 사람들의 분위기는 내가 대학교에서 친구들과 느끼던 그 공기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뭔가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방식으로, 대화하고 웃고 떠들면 안된다는 걸 아무도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눈으로 그러지 말라고 해주시네요(?). 나는 무언가 의미있는 걸 열심히 해 보고 싶은데 내가 해야 하는 건, 회식 자리에서 물따르기 수저 미리 놓기 예약 전화하기 그리고 인쇄기 종이 채워넣기, 자료 취합하기 등등 내가 이러려고 sky에 갔었나 빙산의 일각 같은 현타가 오기 시작해요. 그리고 고요한 사무실의 분위기에 물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사무실에서 웃거나 입을 뻥끗하는 건 뭔가 금기인 것 같아요. 나는 소란을 만들고 싶은게 아니고 인간적으로 대화하고 웃으며 일하고 싶은 마음인데, 그 공간은 그걸 허용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거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처음에는 저와 같은 마음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사람들은 원래 처음부터 그랬을까요.


그런 무겁고 진지한 공기속에서 살다보면 평소 느끼던 피로도가 배가 되는 기분이 듭니다. 그러다가 운좋게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 속에서 일을 해보게 됐어요. 웬걸 분위기가 이렇게 좋을 수가 있다니. 사람들이 막 웃으면서 동료 생일이면 생일 축하도 해주고 케이크 사와서 같이 축하한다고 초도 불어주고 그러고 살았어요. 걔네들은 우리를 보면서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너네는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것 같아, 우리는 이렇게 무겁고 진지한 공간에서 일하며 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 우리는 여기에 살기 위해 일하러 오는 거거든”

어떤 사람들은 무거운 분위기를 좋아할 수도 있으려나요…? 모르겠어요 돌이켜보면 학생 때 공부하던 시절부터 현재 일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가 사람들이 사는 분위기와 공간을 너무 무겁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가끔은 가벼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허용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왜 그렇게 공부를 해야 한다고 압박의 수준까지 말들을 하는지, 한국의 교육열 멋지고 대단하지만 그 정도를 조금은 낮춰도 될 것 같아요.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 무거운 분위기가 팽배하다면, 무언가를 하라는 압박의 메세지가 있다면 다들 피로하지 않을까요. 다들 자유로운 삶, 행복한 삶을 갈망하지 않나요, 어쩌면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갈 아이들의 운명이 어차피 정해져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하는 건 아닐까요.